늦여름에 높은 산을 보면 눈은 무엇보다 먼저 그 선을 찾는다. 선 아래는 회색 바위, 흐린 초록, 너덜의 갈색이고 선 위는 흰색이며, 그 변화는 해발 몇 미터 안에서 일어난다. 하늘에서 밀물이 내려온 것처럼. 이 선은 그저 여름이 녹일 수 있는 양보다 많은 눈이 해마다 내리는 높이일 뿐이라, 그늘진 북사면에서는 낮게 깔리고 오후 햇살이 오래 머무는 쪽에서는 높이 올라간다.
선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봄에는 골짜기 바닥까지 내려오고 구월에는 정상 쪽으로 물러나며, 따뜻한 해가 십 년 이어지면 조금 올라가 그 자리에 머문다. 등반가는 거기서 위험을 읽고 농부는 물을 읽으며, 화가들은 몇백 년 동안 그림의 팔레트에서 따뜻한 색이 바닥나는 자리로 읽어 왔다. 아주 맑은 날이면 이 선이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산맥 전체를 거의 같은 높이로 건너가는 것이 보인다. 벽에 남은 물자국처럼.
화면 위에서 이 선은 실질적인 일을 한다. 이미지를 분주한 아래 절반과 조용한 위 절반으로 가르기 때문에 독과 파일 이름은 질감 위에 놓이고 위쪽은 거의 비어 있으며, 그 흰색은 광원도 아니면서 다른 어떤 픽셀보다 밝게 읽힌다. 기슭까지 흰 산은 겨울이고, 선 위만 흰 산은 어느 달의 어느 오후이며, 일 년을 두고 보기에는 후자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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