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은 아주 얕은 부조다. 깊어야 두세 센티미터라서 빛이 낮게 들어올 때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정오의 백사장은 평평한 판으로 읽히지만 다섯 시가 되면 뒤꿈치 자국마다 손가락 길이의 그림자가 붙고 면 전체가 한 편의 글이 된다. 시간을 골라 다시 찾아가는 이유는 색보다도 깊이를 보이게 하는 각도에 있다.
모래와 눈은 그 기록을 다르게 간직한다. 마른 모래는 가장자리부터 무너져 몇 분이면 자국이 모서리 없는 무른 웅덩이로 둥글어지고, 젖은 모래는 날카로운 입술을 유지하다가 물이 들어오면 한 장을 통째로 지운다. 셋 중 가장 깔끔한 모서리를 남기는 것은 눈이며, 자국 안쪽이 옅게 푸른 것은 그 우묵한 곳으로 내려오는 빛이 해가 아니라 하늘이기 때문이다.
볼 만한 자국은 대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모래언덕을 가로지른 새는 세 갈래 발자국을 고른 보폭으로 놓고 가고, 산토끼는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려주는 짝 지은 자국을 남기며, 바람은 그 둘을 지우는 물결을 남긴다. 이런 사진이 화면에서 버티는 까닭은 조용하면서도 사건 하나를 안고 있어서다. 무언가가 여기를 지나갔고, 이튿날 아침이면 그 면은 다시 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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