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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맞은편의 호

무지개에는 고정된 주소가 있다. 제 그림자의 머리에서 바깥으로 42도.

해를 등지고 서면 호의 중심은 해의 정반대편, 땅 위에서 내 그림자의 머리가 짚는 그 점에 놓인다. 빨강은 그 중심에서 바깥으로 약 42도, 보라는 약 40도에 자리하고, 사이의 색들은 저마다 제 고리를 갖는다. 다가가면 물러서는 것도, 두 사람이 같은 무지개를 보고 있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이따금 나타나는 두 번째 호는 더 옅고 색 순서가 뒤집혀 빨강이 안쪽에 온다. 빛이 물방울 안에서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반사되며 도중에 힘을 잃은 탓이다. 두 호 사이에는 주위보다 눈에 띄게 어두운 하늘 띠가 남는다. 알렉산더의 어두운 띠라고 부르는 그 각도에서는 물방울이 눈 쪽으로 거의 아무것도 돌려보내지 않는다. 해가 낮으면 호가 높아지고, 한낮의 해는 호를 통째로 지평선 아래로 밀어낸다. 볼 만한 무지개가 소나기가 물러가는 늦은 오후에 걸리는 이유다.

사진으로 옮기면 색은 기억이 장담하는 것보다 순하고, 채도를 올려 되찾으려 하면 대개 주변 하늘이 먼저 무너진다. 다행히 무지개는 앞에는 비, 뒤에는 맑은 빛을 요구해서 무대가 이미 세워진 채로 온다. 화면에서는 장소가 아니라 사건으로 읽히는 몇 안 되는 소재라, 일하는 날의 동무로는 좋고 잊고 지낼 배경화면으로는 덜 어울린다.

황금빛 초원 4K 배경화면 · 자연 · 3840×2560
01황금빛 초원 4K 배경화면4K
황금빛 초원 4K 배경화면 · 자연 · 3840×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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