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두 개 위에 돌보를 얹으면 아주 짧은 간격밖에 건너지 못한다. 위에서 누르는 무게에 돌이 휘면서 아랫면이 당겨 벌어지는데, 돌은 당기는 힘에 유독 약하기 때문이다. 아치는 돌을 휘게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피한다. 하중은 곡선을 따라 압축력으로 전해져, 쐐기 모양 돌이 다음 돌을 밀고 또 밀어 양쪽 기둥 밑으로 내려가고, 돌은 부서지기 전까지 엄청난 압력을 견딘다. 퐁뒤가르의 아치들은 대부분 모르타르 없이 쌓였는데도 이 원리로 거의 이천 년을 서 있다.
문제는 아치가 완성되어야만 제 구실을 한다는 점이다. 석공들은 가설 목틀이라 부르는 나무 틀 위에 쐐기돌을 하나씩 얹었고, 맨 위에 요석이 들어가고 나서야 틀을 걷을 수 있었다. 아치는 발치에서 바깥쪽으로도 밀어내기 때문에 나란히 이어진 아치는 서로에게 기대게 된다. 뾰족아치로 높고 얇은 벽을 세운 고딕 성당의 옆면에 공중 버팀벽이 돋아난 것도 그래서다. 17세기에 로버트 훅은 늘어져 걸린 사슬을 뒤집으면 이상적인 아치 곡선이 된다는 점을 짚었다. 고리마다 오로지 당기는 힘만 받던 선이, 뒤집으면 돌마다 오로지 누르는 힘만 받는 선이 되는 것이다.
화면 위에서도 아치는 이런 안정감을 어느 정도 가져온다. 아치 하나는 그 너머의 풍경을 틀에 담고, 아치가 이어진 회랑은 시선이 소실점을 향해 따라가는 리듬을 만들며, 둘 다 가장자리에 민무늬 벽을 넉넉히 남겨 아이콘을 두어도 거슬리지 않는다. 그래도 이음매는 가까이서 한번 보면 좋다. 돌과 돌 사이의 가느다란 어두운 선이야말로 구조가 실제로 일하고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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