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겉보기 크기는 반 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맑은 날에는 모서리가 단단하게 떨어지고 잎사귀 하나도 윤곽이 읽히는 그림자를 만든다. 그 앞에 구름층이 들어서면 그 반 도가 하늘 전체로 넓어진다. 빛이 사방에서 동시에 도착하고, 그림자는 먼저 가장자리를 잃고 다음에 중심을 잃는다. 발밑에 남는 것은 사물이 땅과 닿는 자리의 옅은 어두움뿐이다.
색은 대부분의 예상보다 얌전해진다. 표면을 씻어내는 반사광이 없으니 초록은 초록으로 읽히고 젖은 나무껍질은 거의 검은 갈색으로 간다. 화면에서 가장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차이가 두세 스톱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접사와 인물 사진은 슬그머니 흐린 오후 쪽으로 옮겨간다. 이 하루가 끝내 내주지 않는 것은 하늘 그 자체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납작한 흰 천장이 남는다.
그래서 구도도 따라 바뀐다. 하늘을 줄이고 땅을 늘리며, 평소 빛이 지던 무게를 형태가 진다. 이렇게 찍힌 화면에는 가장 밝은 한 점이 없고, 시선을 한쪽 구석으로 끌어다 붙잡아 두는 것도 없다. 아이콘 줄 뒤에서는 그 점이 조용히 쓸모 있다. 글자는 화면 어디에 놓여도 읽히고, 이미지는 겨루는 대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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