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초원은 자연에서 가장 짧은 영업시간을 지킨다. 여덟 달은 눈에 갇혀 있다가, 야생화들이 미친 듯이 야근하는 여섯 주가 오고, 다시 서리다. 꽃들은 일정표를 안다. 그래서 한꺼번에 핀다. 일 년치의 색을, 두 번의 해빙 사이 틈새에 압축해서.
여기 사진들이 담은 것은 그 약속이 지켜진 현장이다. 아직 눈을 다 벗지 못한 봉우리 아래 만개한 비탈, 창가의 제라늄이 고도에 불복하는 산장들, 그리고 사진은 무성(無聲)인데도 프레임마다 어렴풋이 들리는 워낭 소리.
마감에 기대어 번성하는 생태계에는 조용히 힘을 주는 데가 있다. 좋은 여섯 주를 진지하게 살면, 그것으로 충분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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