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진 뒤 정상에 얹히는 분홍은 태양에서 곧장 오는 색이 아니다. 그 시각 사진 속 모든 것에게 해는 이미 지평선 아래에 있다. 색은 한 다리 건너 도착한다. 대기 높은 곳을 비스듬히 통과한 빛은 가는 길에 파랑을 잃고, 남은 부분이 연무와 얼음에 튕겨 아직 받을 만큼 높은 마지막 면에 내려앉는다. 눈과 밝은 바위가 그 색을 가장 잘 받으므로 이 일은 봉우리의 것이지 들판의 것이 아니다.
전체가 십오 분쯤이고 그동안 내내 아래로 물러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찍힌 한 장에는 서로 다른 두 시각이 함께 들어 있다. 골짜기 바닥은 그늘에 오래 있어 식은 채 푸르고, 몇백 미터 위 바위 띠는 아직 따뜻하다. 둘 사이의 선은 무엇의 꼭대기도 아니고, 지구 자신의 그림자가 올라온 높이일 뿐이다.
이런 사진은 손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건 사진가보다 색에 관한 감상이다. 차가운 골짜기에 서서 정상이 꺼지지 않는 것을 올려다본 적 있는 사람은 사진 쪽이 오히려 절제된 판본임을 안다. 화면에서 잘 버티는 이유는 밝은 부분이 작고 나머지가 조용하기 때문이다. 눈은 빛에 먼저 내려앉고, 그다음 쉴 어두운 자리를 얻는다.